친구관계의 주요한 특성은 구속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친구관계는 쉽게 약화되고 해체될 수 있다. "한 친구를 얻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잃는 데는 잠시이다."라는 말이 있듯, 친구관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쉽게 와해될 수 있다. 한때 절친했 던 친구와 멀어진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배신감을 느끼며 서로 원수 사이가 되기도 한다. 과연 어떤 요인들이 친구관계를 약화시키고 멀어지게 만드는 것일까?
1. 접촉과 관심의 감소
일반적으로 직장을 갖고 가족을 형성하게 되면 친구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와 같이 바쁜 생활 속에서는 같은 도시에 사는 친구와도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서양속담에 "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이 있듯이, 과거에 절친했던 친구도 만남의 빈도가 뜸해지면서 서로 소원해지고 서먹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사, 전학, 전근과 같이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거나 바쁜 일이나 업무로 인해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여 서로에 대한 관심과 만남의 횟수가 감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물질적, 심리적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이러한 투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에는 제한이 있다. 일반적으로 평생 동안 100명 이상의 사람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사람과 친밀해지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시간적, 심리적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친밀한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특별한 갈등도 없이 만남의 횟수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도 줄게 되어 친밀한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게 된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기 직업분야나 사회적 지위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서로에 대한 이질감이 증가되는 반면, 화제나 관심사의 공동영역은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사회적 요인이 친구관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점차 나이를 먹고 사회적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변화한다. 그 결과, 과거에는 매우 호감과 매력을 느꼈던 친구에게서 더 이상 그러한 긍정적 감정을 느끼기 어렵게 되고 새로운 친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로즈(1984)는 155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친밀한 동성친구와의 관계가 약화되는 이유에 대해서 글을 쓰게 하였다. 그 결과, 가장 주된 원인은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하는 물리적 이별이었으며 그밖에 새로운 친구로 대체됨, 친구의 행동이나 성격에 대한 불만, 이성관계나 결혼관계의 방해와 간섭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우정은 두 사람 사이의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약화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2. 갈등해결의 실패
원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친구 사이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여 갈등과 불만이 증폭되면 친구관계는 와해된다. 친구관계를 와해시키는 것은 '갈등' 그 자체라기보다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실패하는 경우이다. 흔히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오히려 감정적 대립이 격화되어 갈등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갈등이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로 증폭되면 친밀한 인간관계가 와해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해결방식에 따라 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고 촉진될 수도 있다. 인간관계의 갈등과 불만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방법은 정식으로 그 관계를 떠나는 것이다. 둘째 방법은 상대방을 비판하고 문제를 무시하며 관계가 와해되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셋째는 문제를 토의하고 외부의 도움을 구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방법이다. 넷째는 기다리면서 개선을 희망하는 방식이다. 이 네 가지 반응방식은 그 문제가 생기기 전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 관계에 투자한 양(예: 시간, 재산 등) 등에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투자의 양이 많으면 세 번째와 네 번째 반응양식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관계의 만족도나 투자의 양이 적고 또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관계가 존재할 때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반응양식을 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계가 종결된다.
3. 친구에 대한 실망
친구 사이의 우정과 의리를 오래도록 유지시키는 일을 결코 쉽지 않다. 친한 친구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대를 서로 잘 충족시키는 것이 친구관계의 유지에 중요하다. 친구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깨지게 되면 친구관계에 위기가 발생한다. 친구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깨졌을 때 느끼게 되는 실망과 배신감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다.
우정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은 친구의 질투와 비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인내부족,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자발적으로 도와주지 않음, 공개적으로 잔소리하거나 비난함, 신뢰나 긍정적 존중 및 정서적 지지를 보여 주지 않음 등이었다. 이런 경우에 느끼게 되는 실망과 배신감은 분노와 적개심으로 발전되어 친구 사이가 심지어 원수로 바뀌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친구관계는 큰 도움을 주어야 할 때 깨지기 쉽다. "친구의 잔치에는 천천히 가 되, 불행에는 황급히 가라.", "번영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는 말이 있듯이,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은 친구의 신속하고 자발적인 도움을 기대하게 된다. 이때 그러한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친구에 대해서 서운함과 실망을 느끼게 되어 우정이 약화될 수 있다. 또는 곤경에 처한 친구가 무리한 부탁이나 요청을 해 올 경우 느끼게 되는 심리적 부담 역시 친구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수 있다.
4. 투자와 보상의 불균형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거래적 교환관계의 속성을 지닌다. 즉, 투자와 보상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이득을 얻는 관계는 지속되는 반면, 손해가 거듭되는 관계는 종결된다. 구속력이 약하고 선택 범위가 넓은 친구관계에서는 이러한 원리가 적용되기 쉽다.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의 투자가 필요하다. 즉, 시간적, 심리적, 물질적 투자가 필요하다. 친구와 만나기 위해서 공부해야 할 시간을 축소해야 하고,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지지를 보내 주어야 하고, 회식비를 비롯하여 때로는 선물을 하는 등의 물질적 투자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투자에 비해서 친구로부터 돌아오는 보상이 적을 경우에는 친구관계가 약화된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많은 이동시간을 투여해야 하는데 막상 만나서 정서적 만족이나 현실적 도움과 같은 보상이 적게 되면 지속적인 만남이 어렵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가 없을 때에는 불만스러운 친구관계를 지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만족스러운 친구가 나타나게 되면, 이러한 친구관계를 떠나갈 수 있다. 우리는 친구관계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친구들이 나타나서 그들에 대한 투자량을 늘리게 되면 기존의 친구에 대한 투자가 감소되어 관계가 약화된다.
5. 이해관계의 대립
"친구를 잃지 않는 최상의 길은, 친구에게 아무 빚도 지지 않고 아무것도 빌려 주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친구 사이에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친구관계에 갈등이 초래되기 쉽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함께 자취를 하거나 사업을 하게 되면 원수가 되어 헤어지게 된다는 말이 있다. 함께 자취나 사업을 하게 되면 생활비나 사업자금과 같은 재정의 분담문제, 식사준비나 사업활동 등 업무의 분담문제, 이윤의 배분문제 등 제한된 자원을 놓고 서로 양보하기 힘든 대립적인 갈등상황이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장학금이나 애인을 놓고 경쟁해야 되는 경우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경쟁관계에 들어가게 되면 친구관계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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